2019 ‘신비하고 기이한 창고, 걸어서 북서울 꿈의 숲으로’ 전시안내 – 그것의 미래는 그 어떤 예측도 할 수 없는 비결정성에 속한다. 생각과 행위‘신비하고 기이한 창고, 걸어서 북서울 꿈의 숲’ 프로그램은 숲을 둘러싸고 있는 지역들이 길을 통해 만나지는 거주지 주변의 숲길, 도로변, 

밝은 상자
Light Box

2022

디지털 앨범과 추억앨범
에서-
아트오브웍  | 이은종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새롭게 취미생활을 시작했는데, 재미도 있고 “시간 보내기는 좋아요”. 오랜만에 만난 지인은 핸드폰으로 촬영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디지털카메라와 핸드폰의 비교되는 점들을 세세하게 설명하면서, 손에든 핸드폰이 가질 수 있는 기능 중에서 제일 좋은 장점은 무겁지 않다는 것에 대한 만족감과 새로 구입한 브랜드의 특화된 특성을 설명하신다. 몇 년 전까지도 단 렌즈와 줌렌즈를 끼운 카메라 두 대와 삼각대를 한 손에 들고 다니시는 스타일을 고수하고, 장비의 중요성과 소장을 강조하시던 것에서 생물학적 나이가 주는 것이 맞물려 변용된 면모의 모습이다. 3년여 동안의 단절된 활동은 특이성이 드러나는 풍경이나 특정된 대상을 찾기보다는 나의 주변과 일상을 담거나, 순간의 선택을 담아내는 작업들로 전환되어 가는 듯하다. 자연스럽게 디지털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들의 패턴이 장치의 범위도 단조로워지고 그 환경의 범위가 줄어들면서 예술적 시도는 그 작업구조 안에서 머물게 되어 소프트웨어적인 기술이 작품을 판단하는 원리로 작용하게 한다. 뉴미디어의 기술은 빠른 속도의 발전과 시행착오의 시간을 겪으면서 작가들은 예술과 기술의 밀접한 관계 속에서 예술가적 태도의 방향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미래에 미치는 기술을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단순한 도구로서의 기술이 아니라 살아가는 과정에 함께하고 있다. 기술의 확장은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환경은 특정한 감각과 기존의 감각들과 비교 적응하며 앞서거나 뒷걸음치며 맞물려가고 있다.

‘밝은상자Light Box’ 프로젝트는 인화된 사진에서 ‘바라보기’를 통해 시각적 감흥과 미적 경험이 발생하는 시점 및 그 상황이 바로 예술의 시작이라는 점을 사유하는 방식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바라보는 사진에서 표상할 수 없는 난해하여 ‘나의 사진’을 쳐다보더라도 미처 보지 못하거나, 작고 미세하게 숨어있어서 스쳐 지나고 마는 것들에 대해,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특수한 측면들에 대한 가치와 경험에 주목하고 시대적 상황에 따른 이해를 갖게 된다. 어떤 사진을 감상할지 어떤 이미지를 재현의 작품으로 선택할지에 대한 가치의 기준은 개인에게 있고, 재현될 사진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예술의 가치가 찌름이나 꼴림에서 시작됨을 그 인화된 1장으로부터 예술의 조건이 되는 경계에서 시작되는 지점을 찾아간다. 다시 말해 기억과 오래된 사진에서 혹은 현재와 구별되는 동시에 구체적이거나 명석한 판단은 주지 않지만, 생각할 수 있을 때, 생각에 대한 기준이 관념에서 창작의 근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진행된 작업들은 개인의 기억에서 선택되어 에피소드가 삽입되어 서울이라는 특정한 공간에서 의미를 가진 장소를 상기시키거나 기억을 통해 보여주는 이미지이다. ‘기억은 부재하는 대상에 대한 표상이다’ 사진이 실재였었다는 것을 증명하거나 개인이 그동안 유지해온 옛 사진과의 연계를 통해 유사한 사건의 시각화를 유사한 의식의 심층에서 어떤 질quality로서 새로운 요소들의 진보적 개입을 통해 자신의 경험과 기억과 결합하면서 예술로의 폭넓은 층위로 작동하게 된다. 프로젝트를 기획할 당시에는 특정한 대상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아날로그analog 방식에서 진행된 작업을 모티프motif하기 때문에 두 타입type의 사진을 선택하는 것에 참여자의 나이가 중요해졌다. 때문에 시니어senior 대상들이 미디어·디지털을 응용하는 방식과 예술 활동을 지향함에 디지털에 대한 이해도와 개인의 상상력을 창작하기 위한 재료적 측면의 소프트웨어를 대하는 방식에 주목했다. 대다수 시니어 대상들이 하드웨어를 이용한 활동들은 핸드폰이나 pc패드를 사용하는데 그 내용에는 사회적 이슈를 주제로 하거나 개인의 소통창고로서 기능하게 된다. 특히나 창작활동에서는 개인의 환경에서 기술적인 측면이 복잡한 작업을 진행해야 할 경우나 특정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나 기자재에 대한 선입견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 지속적으로 취할 수 없다면 디지털의 환경은 좁은 폭을 유지하게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나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높으나 기술적인 측면을 수행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창작물의 결과는 시도의 대상으로만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작물이 예술로서의 가치를 갖기 위해서는 단계별 프로그램의 전문적인 단계와 분류가 필요하고, 창작에서 모든 행위는 현실을 통해서 규정되기 때문에 디지털에 대한 적응이 심리적인 자극에 대한 반응과 더불어 현실과 환경의 역할이 함께할 때 조화를 이루게 된다.

디지털의 새로운 경계를 거부하고, 대상에 대한 단계와 이차적인 과정이 관계할 때 긍정적이고, 특별한 자기만의 적응이라는 단계로 진입하게 되며, 디지털 환경에 대한 구조적 관점을 달리해야 테크놀로지technology 간의 분석과 시스템 이후의 ‘환경’에서 직관적 사유를 창작 위에 기반할 수 있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 Hollywood Walk of Fame, 1994
징검다리 pigment print, 50.8x61cm, 2022

김영호

손자 손녀들은 내 사진의 첫걸음이었다. 아이들 사진을 보는 것은 즐거움이었으나 무엇인가 허전했다. 또 다른 대상을 의미 있게 담고 싶은 욕심은 항상 마음에 있었다. ‘밝은상자’에서 다리 사진을 주제로 한 후 어떤 다리를 어떻게 찍을 것인가? 고민하다가, 징검다리를 걷는 옛사람들을 불러 내오고, 살곶이 돌다리 위에서는 왕가(王家)의 왕권(王權) 다툼 사건을 떠올려 보기도 하고, 수표교(水標橋)에서는 조선시대 청계천 장마 장면이 다가오고 고궁의 아름다운 다리를 보면서 다리를 걸었을 궁중 사람들의 삶과 행태를 상상하면서 촬영했다. 또 철(鐵) 구조물(構造物) 다리에서는 현대인들의 편리성과 미적 감각 속의 삭막한 속성들을 들어내 보려 했다. 원시적인 징검다리가 나무다리를 넘어 돌다리로, 그리고 철근 콘크리트 다리로 발전해 오면서 수많은 역사적 사실을 간직하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피와 눈물과 땀들이 스며 있는 다리에 남다른 의미의 관심을 가져보았다. 다리는 너와 나, 이웃과 이웃, 나라와 나라,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여 삶을 나누고, 정신적 물질적으로 교류 역할을 해왔다. 나는 이러한 역사의 삶의 흔적들과 풍경을 의미 있게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가, 또 전달이 될 수 있을까? 의문이지만 시작해 본다.

2 오누이, 1959
오누이, 1959
2_2 박혜순-골목길
골목길 pigment print, 50.8x61cm, 2022

박혜순

낡은 사진첩의 사진들은 나의 역사다.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들어 다시 보는 앨범 속에서 많은 사진 중에서 좋다는 감정이 느껴지는 것은 철모르던 어린 시절 사진이다. 아버지가 찍어 주셨던, 사진관에서 기념으로 찍었던 사진은 그 순간의 행복한 감정과 함께 소중하게 남아있는 내 재산이다. 사진 창작을 겸해 앨범 속으로 들어가 어린 시절 뛰어놀던 낙산 성곽 밑 달동네 창신동을 찾아가 본다. 시간의 흐름에 창신동은 변화의 물결을 탄다. 도시재생과 재개발로 사라져 갈 아쉬운 모습이다. 아직 남아있는 옛 모습에 추억과 향수의 시간을 담고 싶어서 이 골목 저 골목을 서성여 본다. 서울에서 제일 긴 계단이 많은 곳인 창신동. 학교 다닐 때 가파른 마의 40계단은 돌계단으로 바뀐 채 그대로 힘겹게 오르던 기억이 생생하고,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외침에 숨었던 골목 안은 “못 찾겠다 꾀꼬리” 소리에야 나왔던 어린 시절 철부지 소녀인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다. 비탈져 젊은 사람도 오르기 힘든 길, 낮에도 빛이 잘 들지 않은 좁은 골목길, 옛 판잣집이 집이 되어 다닥다닥 붙은 집과 가파른 계단의 다양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본다.

속리산 문장대에서 휴식, 1971
3_ 3 상병욱- 일상속의 삼각형들
일상속의 삼각형들 pigment print, 50.8x61cm, 2022

상병욱 

삼각형(三角形)이란, 사전적 의미는 ‘세 개의 선분으로 둘러싸인 평면 도형’ 또는 ‘세 개의 각이 있는 모양’으로 명사에 해당한다. 본인이 촬영한 삼각형의 유형에는 자연을 소재로 한 경우 직선도로의 원근에서도 나타나고, 건축물에서는 서울시 구청사, 한강 변에 설치한 위험 교통 안내 표지판이 있다. 문화재에서는 창덕궁과 창경궁에 소재한 문화재의 지붕. 조형물에서 올림픽공원의 조각상, 일상생활에서는 종합운동장에서 공사 중의 덤프트럭, 어린이 놀이터 시설, 가정에서는 세탁물 거치대 주방용품 옷걸이 등이 있다. 이러한 창작행위는 과거 직장 생활 시 상사로부터 정신교육 시간에 도형 중 원형(圓形)을 좋아하는 사람을 세상을 공과같이 모나지 않고 둥글게 서로 화합하며 쉽게 굴러서 살아가는 형이며, 사각형(四角形)을 좋아하는 사람은 오직 정의만을 추구하고 불의에는 밀려서 가면 갔지 스스로 굴러서는 가지 않는 형이라고 했다. 그러므로 매사 일상생활에서 모나지도 않고 둥글지도 않은 길쭉하게 둥근 타원으로 된 타원형이 사회생활을 하는 데에는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창작활동에 참여하면서 사각형이나 타원형보다도 불의와 타협하지도 않고 더욱 안정적인 감성의 도형이 삼각형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밝은 상자’ 수강을 통해 노년에 스스로 알게 된 보람이 있다.

진관사, 2022
4_4 송지우_저는 그냥 좋습니다
저는 그냥 좋습니다 pigment print, 50.8x61cm, 2022

송지우

어렸을 때 어머니를 따라서 절에 다닌 적이 여러 번 있어서 사찰의 풍경이 낮설지 않아 시간 있을 때 가끔 찾아가곤 한다. 은평구에 있는 진관사는 여스님들이 계신 곳이다. 장독대의 진열이 소박하게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정렬되어 있어서 장도 맛있을 듯하여 한 컷 찍었다. 어른들이 돌아가시면 49재를 올리고 가정의 기원을 바라는 마음에 기와나 등에 이름을 적어 축원을 올렸던 어머니 생각이 난다. 성인이 되어서는 기독교의 긍정적인 면에 심취해 한때는 기도도 열심히 했다. 이제는 땅에 발을 붙이고 있을 시간보다는 하늘에 마음을 두어야 할 때라서 파란 하늘의 색과 파란 바다의 색에 마음이 가기에 마음도 눈도 카메라도 그를 향하고 있다. 언제나 파란색은 늘 나를 보듬어주는 진실한 친구다. 수업을 받으면서 참 즐겁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수업을 위한 것이 아니고 내가 좋아하고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나에게 나를 위한 집중의 시간이다. 여유로움이 함께하는 학생들에게서 느껴졌다. 딱딱한 시청이 아니고 아름답게 설계된 부드러움과 직선과 곡선의 어우러진 도시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풍경은 마치 어린 시절 남자애들과 소풍 가는 분위기와 단체 사진에 조잘 재잘 거림에 너무 신나는 순간들이다.

나의 가정탄생_대전 예식원, 1975
5_ 5 오화진_빛과 색을 마중하기
빛과 색을 마중하기 pigment print, 50.8x61cm, 2022

오화진

빛이 있어 사진이 됩니다. 빛으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통하여 즐기고, 사진을 통하여 노년 삶의 의미를 찾으며, 사진을 통하여 꿈을 꿉니다. 이러한 우리들의 내면에 무지갯빛 꿈을 사진으로 그리며. 카메라와 벗하여 지내 온 많은 시간들은 모두가 소중하고 아름답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진예술은 하나의 은유이자, 현재이고, 현대의 사회 상황을 감성적으로 느끼고 이해하게 합니다.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살면 필연적으로 늙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가능성에 의식을 집중하면 노화를 지연시킬 수 있고, 그 착각에서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체력‘과 ’학습력‘을 기르면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이 되어 사진을 시작했고, 많은 수상과 다수의 전시회를 개최하였으며 나이를 탓하며 무위도식했다면 지금의 사진을 통하여 꾸는 꿈은 꾸지 못했을 것입니다.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은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하며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고 도인처럼 지내는 것은 결코 행복한 삶이 보장되지 아니하며. 나이가 들수록 오히려 하고 싶은 것에 더 매달려야 합니다. 내 안의 욕구를 삶의 가능성으로 삼고 도전해 보는 것이야말로 노화라는 착각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봄 소풍_남산팔각정 앞에서, 1962
6 _6 이권재_ 문화유산 서울 한양도성을 담다
문화유산 서울 한양도성을 담다 pigment print, 50.8x61cm, 2022

이권재

서울 안에 있는 4개의 산 (남산, 백악산, 인왕산, 낙산)을 기점으로 모두 조성된 18.6km에 이르는 한양도성이 간직하고 있는 역사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문화재가 잘 보존되어 우리 후손들에게도 오래오래 전해짐은 물론, 서울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도록 하는데 미력하나마 작은 힘이라도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에서 사진으로 접근해 본다. 6백 년 이전에 우리의 선조들이 전국에서 19만 7천여 명이 동원되어 지역별로 97개의 책임 구간으로 나누어서 축조공사를 해 98일 만에 완공하였다는 놀라운 기록이 있는데, 이에 대해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으나 촬영하는 도중에 우연히 성곽 하단에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작은 글씨로 ‘음성(陰城)’이라고 희미하게 쓰인 성 돌 (각자 성석)을 발견하고는 숨이 멈춰지는 듯했다. 아! 이곳이 바로 내 고향의 선조들이 부역으로 피땀 흘려 쌓아 놓은 곳이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벅차고 흥분된 감격에 정신을 잃은 듯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성안에서 밖을 내다보면 높은 온통 회색빛의 빌딩과 아파트들이 차가운 성 돌 과도 같아 초록색의 밝은 나무를 함께 넣고 부드러운 곡선의 성곽을 찾아 담아봤다.

아들 승우와 미시령휴게소에서, 1994
7_7 이수환_동그라미
동그라미 pigment print, 50.8x61cm, 2022

이수환

‘밝은상자’라는 프로그램 안내를 보고 내 실력으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신청했는데, 선생님의 전화 인터뷰가 있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느껴지는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적인 의지와 프로페셔널한 분위기가 저로, 하여금 이번 교육에 더욱 참여해서 배우고 싶었습니다. 제가 어렴풋이 알던 디지털 세계를 조금 더 안목을 넓게 알았고, 처음 듣는 존 시스템 Zone System과 계조의 단어는 사진 초보인 저에게는 신기하고 다른 세상 이야기였습니다. 처음에는 들어도 이해한 듯하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고 또 다음에 질문하고 하는 제가 부끄럽기도 하고 자존감도 떨어지기도 헸습니다. 덕수궁, 남산 등에서 촬영할 때마다 수도 없이 반복해서 알려주시고 카메라 작동법까지 힘든 내색 없이 바로 알려주시니 중간에 좌절을 하다 가도 힘을 내어봤습니다. 주제를 정할 때 즐겨 촬영하던 바다나 강 장노출 풍경을 촬영했었지만, 그냥 좋아하는 풍경이지만 내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는다는 생각은 없었기에 재개발로 사라지는 을지로 철공소 골목을 촬영하고자 방향을 바꾸었고, 그러다 세밀한 주제로 동그란 형태를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피사체로 선택해서 촬영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과제 촬영도 실패의 연속이었습니다. 주말 만 되면 국민학교 방학 끝날 때처럼 숙제 몰아서 하는 기분으로 촬영을 하고 있는 제모습이 그래도 신났습니다. 그러나 그 과제를 제대로 못하니 늘 속상하고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 보면 다 따라가지는 못했지만, 저에게 사진에 대해서 처음보다는 많은 성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있는 사진을 촬영하는 것. 그런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배우고 노력하는 것 그럴 때 나오는 사진은 적어도 나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백일기념, 1958
8 _8 임은숙-추억소환
추억 소환 pigment print, 50.8x61cm, 2022

임은숙

사진은 나에겐 무엇인가? 사진은 삶의 무게에 눌려 허우적거리던 나에게 도피처였고, 나를 다시 바라보게 하였으며,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좀 더 여유롭게 만들어 주었다. 카메라를 통해서 소소한 아름다움을 찾으면서 나의 주위를 다른 시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돌 같은 삶의 무게를 묵묵히 받아들이게 했다. 렌즈는 나에게 아모르파티라는 걸 알게 해 주었으며, 사진 예술로의 승화를 가져다줬다고 볼 수 있다. 사진 촬영에서 기본적인 핀, 노출, 색온도, 심도 같은 의미도 모르고 그냥 셔터 소리가 좋아 촬영했던 사진들이 흔들림의 산물임을 알게 되었고, 나이를 들어감에 더욱 떨리는 손과 팔, 이를 대신해 줄 수 있는 삼각대가 필수임을 절절히 실감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앨범 속의 사진을 보고 나의 감정을 현재와 연결해서 재현, 연출, 촬영하는 것인데 말처럼 쉽지 않았고 머릿속에 있는 걸 끌어내어 담아내는 것은 더욱 힘든 작업이다. 여러 가지를 하고 싶었는데 실력 부족으로 한계를 느꼈다. 기와집이나 항아리를 보면 초등학교 시절 살던 집이 생각난다. 김장 때면 동치미 김치, 배추김치, 총각김치를 담아 차곡차곡 항아리를 채워 땅에 묻어 두었던 엄마, 방 세 칸에 부모님과 네 자매가 옹기종기 살던 기와집. 그래서 그런지 길을 가다 기와집이나 항아리를 보면 머릿속 추억 앨범이 넘겨진다. 골목길에서 공기놀이하는 아이도 담고, 훌라후프 하는 아이, 담소하는 아낙네 모습을 담아 보면 좋겠다는 생각은 맴도는데 실천으로 옮기지 못했다. 카메라를 메고 다니면 동네 분들이 뭘 찍냐고 물어보신다. 멋있는 곳도 많은데 이곳에서 찍을 게 있냐고, 그런데 그곳엔 다양한 삶들이 숨겨져 있고 애환들이 있다. 시간의 흔적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온다. 살아왔노라고, 그 옛 시절이 어려워도 아름다웠노라고. 고무줄놀이하던 친구들이 부른다~ 친구야 놀자.

동생 영훈이와 창경궁에서, 1968
9 _9 홍순실_살아온 시간을 보듬고 있는 나
살아온 시간을 보듬고 있는 나 pigment print, 50.8x61cm, 2022

홍영실

나이가 듦에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 습관이 되어가며, 축척된 시간만큼 변화시킨다. 어제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더 애착이 커가고, 사진 속의 나를 바라보는 순간 그 시간과 그 공간 속으로 이동한다. 창경궁으로 소풍 가서 코끼리를 등에 지고 아버지의 사랑으로, 목소리도 들린다. 아버지의 애장품 미놀타minolta 7s 사진기를 뽐내시며 미소 띠신 얼굴이 마음속에 있다. 옆에서 코끼리에 푹 빠져있는 내 동생 영훈과 친구 동생 용안이다. 티격태격 자랐지만, 언제나 응원하는 하나뿐인 동생이다. 위에 사진을 보여주니 “누나는 어릴 때 참 컸어”라고 말해주는 동생이 참 고맙다. 물론 기억의 왜곡도 있으리라. 나의 시선으로 비밀스러운 감정선을 오롯이 담고 있는 모든 것이 밀도 있게 멈추는 순간이다. 사진 속의 모든 대상과 이야기한다. 누군가가 지나간 길, 그들만의 소리, 이제는 어른이 됐을 어린아이들의 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 하늘과 맞닿은 푸른 잎들, 푸르른 녹색은 나에게는 풍요로운 시간을 허락하는 순간이다. 불꽃을 바라보며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무념무상을 하듯이 푸르른 녹색은 모든 오감을 편안하게 한다. 나를 성장하게 만드는 색이다. 세상의 모든 색도 시간 계절이 지남에 성장한다. 여린 연두색에서 절정을 지나 올리브그린까지, 반복되는 시간의 축척에서 우러나는 원숙함 깊이 무게감 나와 마주하는 모든 순간 사진 속에 소유한다. 그때의 모습, 향기, 온도, 부드러움을 함께한 나, 가족, 친구들, 그 안의 시선, 눈 맞춤, 미소, 한 번도 밉게 찍히고 싶지 않았던 그 순간 최고의 모습으로 찍혀주기를 그래서 알 수 있다. 내가 좋다고 꼭 지켜주겠다고 60이 넘은 오늘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며 밀도 있게 간절하게 소중하게 순간을 사진 속에 가두고 마음속에 저장한다.

큰아들 민영, 1990
10_10 현성-아들의 등
아들의 등 pigment print, 50.8x61cm, 2022

현성

1972년 공직에 취업을 하고 75년도에 결혼을 했다. 1970년대에는 직장에서 새마을 운동과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올림픽 준비와 개최에 한 모퉁이를 담당하느라 숨이 가쁘도록 바쁜 생활을 하다 보니 가정에서 아이들과 정을 나누고 추억 만들기에 소홀했다. 90년도에 들어서면서 사회도 풍요로워지고 우리 가족도 생활이 안정되어 그렇게 바라던 승용차를 구입하여 동해 낙산 해수욕장으로 여름휴가를 떠났다. 아이들은 처음 맞이하는 여름 바다에서 파도타기와 모래성 쌓기의 놀이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해수욕을 즐기다가 저녁이 되어 숙소로 왔는데 그만 탈이 나고 말았다. 상의 옷을 입지 아니하고 해변에서 놀다 보니 햇빛 화상을 입어 등이 화끈거리고 따가운 통증이 온 것이다. 등에다 오이를 붙이고 아버지가 애처로운 마음으로 눈길을 보내니 아들은 등 따가움을 참으며 그래도 즐거웠다는 눈길을 아버지에게 준다. 사랑은 가장 가까운 가족에서부터 시작된다. 집에 놀러 온 아들과 손녀가 소파에서 행복한 시간을 갖는다. 아빠의 흰 머리카락을 자랑스레 골라 주면서 서로를 좋아하며 손녀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가족에게는 돈이 많이 드는 선물 대신에 시간의 선물이 필요하다. 이 선물은 가족에 대한 사랑을 보여 주는데 물질적 선물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찰깍 한 컷, 마음과 카메라에 담아본다.

풍선아 터져라, 1998
11_ 11 여린_만국기 펄럭이던 날
만국기 펄럭이던 날 pigment print, 50.8x61cm, 2022

여린

‘밝은 상자’ 수업 덕분에 추억 여행을 떠나 본다. 서울 서빙고 초등학교는 한 반에 60명, 학급은 4반, 한 학년 240명 정도에 작은 학교이다. 그때만 해도 대각선이 100미터가 되어 100미터 달리기가 가능한 큰 운동장을 가진 학교라는 기억이 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오랜만에 찾으니 이렇게 작았나 싶다. 학교 안에는 못 들어가서 교문 주위에서 몇 컷 찍으며, 어릴 때 운동회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선생님 말씀에 쫑긋하고 있고, 누군가 잊고 간 배드 멘트 공이 덩그러니 운동장을 지키고 있다. 친구들이 보고 싶어진다. 위에 사진은 큰아들의 운동회 사진이다. 만국기가 펄럭이고, 엄마가 싸 오신 김밥, 계란과 밤, 그리고 사랑을 먹으며 운동장에서 나도 아들들과 이어달리기도 하고 오재미로 바구니 터트리기 등을 하며 사랑과 추억을 쌓았다. 운동장을 떠나 삼각대를 둘러매고 나의 등굣길을 더듬더듬 기억하며 살던 동네, 살던 집을 찾아가 봤다. 골목은 그대로인데, 주위의 집들은 많이 바뀐 듯한데도 옛 추억의 모습이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겨우 살던 집을 찾아갔는데 집에 사람도 안 살고 대문만 굳건히 닫혀있었다. 한참 동안 서성이며, 부모님과 지내던 지난날들을 그려 본다. 이번 수업을 참여하며 찍어 온 사진을 셀렉 하고, 스토리텔링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았고, 사진을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내가 소장하고 있는 앨범 속 사진의 의미와 가치를 알게 됐다.

 
북한산, 1984
12_ 12 이강덕_스피드
스피드 pigment print, 50.8x61cm, 2022

이강덕

서울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서울 근교의 산을 찾아다녔다. 스피드를 좋아했던 젊은 날부터 자동차를 타고 자연을 찾거나 사진을 찍는 것은 타지에서의 고단함을 해소시켜주는 취미생활이자 나의 사치였다. 이번 ‘밝은상자’ 교육을 통해 그동안 관심 있었던 도시 속의 자연을 ‘속도’라는 주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두 다리가 빠른 속도를 내지 못하니 바라보는 대상이 빠른 속도를 내거나 속도로 인해 변화되는 대상을 찾으려 했다. 물의 높낮이나 양에 따라 휘몰아쳐 무색과 어떠한 형태를 만들기도 하고, 바람과 함께 물보라가 거세게 불어 그 속도감이 느껴질 때는 물방울을 카메라에 담아보려 했다. 같은 장소지만 날씨나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변화되는 과정을 꾸준하게 관찰함으로써 다양한 각도에 따른 빛의 상태에 따라 촬영을 시도하고, 근접된 앵글로 물과 바위를 중심으로 부드러움의 빠름과 차갑지만 유연해 보이는 바위를 다양한 위치에서 구성해 봤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자연에 대한 감동이나 감흥을 느끼는 정도보다도 나를 차분하고 절제하게 하거나 생각에 대한 관점을 새롭게 하고, 나의 건강을 염려해주는 동반자이자 때로는 애인처럼 아끼고 사랑하게 만든다.

春, 1969
춘_夏 pigment print, 50.8x80cm, 2022

사진을 선택해서 보내 달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다시 한번 앨범을 들춰본다. 어떤 사진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에 사진관에서 찍었던 사진을 선택했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합성이라는 개념이 조금 이해가 되지만, 그때 당시에 꽃과 얼굴을 한 장에 넣어 인화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갔다. 확대기에서 필름을 두 번 노출해서 프린트하는 것을 선생님께 여쭤보고 알게 됐다. 꽃다운 청춘의 얼굴이 만개한 이름 모를 꽃 그림과 제법 어울린다. 꽃잎의 주름만큼이나 세월의 시간이 흘러 나는 둔감해진 손가락으로 스캔이라는 걸 해본다. 현재 나의 얼굴은 어느 꽃과 비교할까. 발색된 톤이 제법 그럴싸해 보인다. 눈에 힘이 들어가 있는 나의 모습이, 사진을 쳐다보는 동안 나의 눈에도 힘이 들어간다. 쉬는 딸에게 가끔 한강에 가자고 꼬신다. 시원한 한강 바람과 이름 모를 야생화와 초록색의 나뭇잎들이 저절로 카메라를 들게 한다. 운전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에 이런 호사가 반갑다.오늘은 꽃보다는 두둥실 춤을 추는 이파리와 나뭇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뭉글뭉글하게 서로 조화가 되어 이리저리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다. 사진은 두 장소에 찍은 이미지를 파노라마 형식으로 이어보았다. 나무를 자연스럽게 부친다는 개념보다는 서투르지만 시도한다는 점에서 응원을 받았다. 흐린 하늘 때문에 초록의 색이 더욱 멋스럽다.

나의 흔적, 2020
자연손금 1
자연손금 pigment print, 50.8x61cm, 2022

김데레사

평소 지병이 없던 나에게 몸이 아프기 시작하면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몸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집안에서 생활하기 시작했고, 그 사이 근력이 떨어지면서 좋아했던 그림 그리기와 글쓰기가 어려워졌다. 특히 손 떨림은 일상생활과 취미활동에서 우울감과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줄곧 하게 했다. 센터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밝은 상자’포스터를 보게됐다. 멍하니 생각을 하다가 전화를 해서 자세한 프로그램 내용을 듣게 되어 참여하기 시작했다. 줌으로 활동을 하기로 하고, 병상 일기 중에 손과 관련된 내용을 생각하며 푸석해진 손바닥 사진으로 이야기를 구성하기로 생각했다. 바위나 잎사귀, 자연과 시간에서 오는 선을 찾기 시작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은 것을 보여주며 손녀에게 수업 이야기를 했더니 온라인으로 삼각대와 노트북을 선물해 줬다. 마음에 무언가 요동이 치기 시작했다. 손이 떨려도 다른 장비를 이용해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서툴지만 마우스로 그림을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