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신비하고 기이한 창고, 걸어서 북서울 꿈의 숲으로’ 전시안내 – 장소place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폭넓게 이해된다. 한강으로부터 강북과 강남이 나눠져 있는 서울은 나의 거주지가 어디쯤 있느냐에 따라 지역적 분위기를 달리 읽히게 한다. 장소는 우리의 사고와는 달리 바깥에 존재하지만, 우리가 장소를 조직하고 해석하는 방식은 어떠한 개입을 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특이성이 드러나고, 도시의 환경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삶을 분석하게 하게 된다.

Exhibition Info

2018.11.3 – 11.25
Dream Forest Art Center 1F
Opening 2018.11.3 4pm

Art of Work
아트오브웍  | 이은종

장소place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폭넓게 이해된다. 한강으로부터 강북과 강남이 나눠져 있는 서울은 나의 거주지가 어디쯤 있느냐에 따라 지역적 분위기를 달리 읽히게 한다. 장소는 우리의 사고와는 달리 바깥에 존재하지만, 우리가 장소를 조직하고 해석하는 방식은 어떠한 개입을 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특이성이 드러나고, 도시의 환경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느냐에 따라 삶을 분석하게 하게 된다. 외적인 자극은 나에게 주어진 환경에 대해 조금이나마 질적인 환경과 자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주력하게 되고, 그러한 목마름을 조금이나마 지역과 관계 맺기를 하는 곳이 ‘공원’이다. 시각적으로 일정량 자연을 위장한 자연적인 분위기는 어느 정도 외부와 단절되어 계절에 따른 다양한 공기 감과 마음의 안정뿐만 아니라 나만의 보물 창고와 같은 사유의 시간을 준다.

‘신비하고 기이한 창고, 걸어서 북서울 꿈의 숲으로’

‘공원’이 주는 맥락이 단지 경제성장과 도시화로 인하여 시민의 여가와 힐링의 공간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픽처레스크picturesque 그림 같은 풍경을 더 정확히 말하자면 멀리 폐허가 보이는 풍경으로 회화에서 말하는 숭고한 미와는 구별되는 거칠고 갑작스럽게 변화된 나무의 뿌리나 뒤틀린 가지, 불규칙한 자연풍경’을 의미하는데,북서울 꿈의 숲은 공원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풍경은 반듯하고 차가운 시멘트로 구성된 아파트와 차도로, 빽빽하게 담이 서로 맞닿은 주택 풍경은 픽처레스크의 의미가 과거와는 다른 의미를 제시하지만, 꿈의 숲 공원은 그 중심으로부터 주거지가 분산되어 있어서 일정량 경관보다는 풍경을 제시한다는 점과 미로처럼 자연의 내부로 들어가 많은 자연과 관계를 불러일으킨다. 북쪽으로는 북한산과 도봉산이 좌측은 수락산과 불암산이 산줄기를 따라 용두산까지 가시거리가 긴 날에는 전망대가 아니어도 길고 넓게 볼 수 있는 거시적 풍경을 제시한다. 예술가들도 자연을 주제로 하는 경우에는 멀리 찾아가지 않아도 서울 안에서 그러한 공간을 찾아 갈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매력적인 공간으로 다가온다. 당연히 일반인들은 더욱 이곳을 찾을 때 카메라나 핸드폰으로 촬영하여 저장하거나 SNS플랫폼에 게시한다. 어쩌면 우리는 디지털화되는 일상 속에서 ‘말’로 TV를 켜고, 냉장고 안의 음식과 유통기간을 그림과 데이터로 알 수 있고, 운전자의 조작이 없어도 차를 탈 수 있는 테크놀러지가 삶에 밀착되어있지만, 우리의 정서는 그러한 삶에서 조금은 벗어나 자연을 가까이 두고 싶어 하고 자연을 통해 심미적 감정에서 행복을 얻고자하는 본능에 앞서 있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예술성과 미학을 기초하여 구체적으로 사진과 관계 맺기를 통해 공간과 지역에 대한 개념을 부여하고 삶의 환경에 대한 조건들 속에서 적극적으로 강북 지역의 독창적이고 특이성을 카메라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표현하게 하여, 이는 어떤 상상력을 가지고 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모든 영역에서 자신만의 예술적이고 유쾌하게 심적 습성을 통해 프로그램을 기획∙진행하고자 했다.

장정미 | 이런하루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장정미 | 삶 | Pigment print, 50.6x61cm, 2018

장정미

걸어서 5분, 이렇게 가까이에 공원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초록의 싱그러움 또는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살로 일상의 여유로움을 주기도 한다. 곳곳에 다양하게 놓여있는 철제 의자들, 오래된 고목으로 만든 통나무 의자들이 저마다 멋진 자리에 위치해 있어 앉아 쉬며 계절의 변화를 다양하게 느낄 수 있다. 사진 수업에 참여하면서 나의 쉼에 카메라가 하나 더 추가되고 평소 핸드폰으로 쉽게 찍던 것을 좀 더 신중히 관찰하는 습관이 생겼다. 그러다 기이하기도 하고 우리네 삶 과도 닮아 있는 고목을 발견하기도 한다. 어느 한순간은 멋들어진 자태로 뻗어 있었을 가지와 무성한 잎사귀의 화려함으로 지나온 세월만큼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고목, 이제는 세월의 무게를 지탱하기 힘들어 젊은 청년 나무에 기대어 있는 듯한 모습,
그렇다. 일상적인 바라보다에서 벗어나 카메라 앵글로 보여지는 피사체의 또 다른 모습처럼 앞으로 펼쳐칠 나의 삶을 꿈꾸며 발견하고 싶다.

2_조영은_바라보다 copy
조영은 | 바라보다 | pigment print, 50.6×61cm, 2018
2_조영은_관심
조영은 | 관심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조영은

친구를 만나기도하고 때론 낮선이를 만나기도하는 길 위에서 나는 우연히 art of work라는 낮선 사진을 만났다.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선지 얼마되지않은지 어디로 가야할지 아직 방향성은 없어보인다.
2018년 길이라는 주제로 사진을 찍으며 강북구, 성북구, 북서울 꿈의숲, 우이천 뚝방길 등을 돌아다니다 렌즈를 통해 다양한 길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기회가 되었다.
렌즈를 통해 바라보는 눈에 보여지는 길이 아니라 나의 내면의 길을 찾았으면 한다.

정슬기 | 삼선동 프로젝트_830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정슬기 | 삼선동 프로젝트_831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정슬기 

삼선동은 옛길과 성곽이 함께한 달동네다.
골목길에는 조용하고 미로 같이 얽혀진 길과 계단, 머리를 서로 맞댄 지붕, 지붕 위에 골목길, 구석구석을 이어주는 전깃줄이 얼기설기 재미를 더하기도 한다. 집집마다 자유분방하게 연결된 전깃줄은 드로잉된 삶의 끈처럼 길처럼 나와 우리를 연결해 주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듯하다.
그러나 이제 전깃줄은 위험스럽고 흉물스런 존재가 되어 낙후된 길의 상징이 되어 버렸다. 곧 이곳도 도시 재개발과 함께 해체될 풍경이다. 이 집 앞을 지날 때 같은 마음으로 바라볼 누군가와 함께 사라질 아쉬움과 옛 풍경의 향수와 시간을 담고자 했다. 이곳이 사라질서울의 옛길이다. 또 다시 새로운 문화층으로 덮어질 지층의 풍경으로, 다시 재생될 동시대의 풍경이다.

임은숙 | 돌담 앞에서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임은숙 | 새콤할까? 달콤할까?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임은숙

난 오늘도 찰칵 소리가 좋아 재개발 지역의 골목들을 누비며 오랜 흔적들과 세상 살아가는 모습들을 담고 있다. 그 곳엔 세련됨 보다는 투박함이 절제와 정재됨 보다는 뭔지 모를 것들이 편안하게 부조화 속에 조화를 이루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랜 세월만큼 그 속에 사는 이들의 얼굴도 골은 깊어지고 허리는 수구러 든다. 이 할머니는 세월만큼 마음도 내려놓고 순응하며, 먼 곳을 바라보며 그 무엇을 기다리는 듯하다. 그 곳에서 난 사각의 앵글을 통해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된다.

장유진 | 서울이 내게 준 자연 148번지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장유진

철저한 수치와 과학적 접근과 예술성이 더 해질 때 최고의 작품이 탄생된다는 걸 이제는 안다.하지만 나는 가벼운 미적 감각으로 쉽게 또는 편하게 접근했고 이런 나에게 사진은 알면 알수록 어려운 분야가 됐다. 근접촬영을 즐겨 찍던 나는 수업이 거듭될수록 시야의 폭이 넓어지고, 내가 살고 있는 번동 148번지를 북서울 꿈의 숲 전망대에서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됐다.좁은 시각으로는 빽빽한 빌라와 골목으로만 보이던 148번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고 숲과 주변 아파트와 잘 어우러진 보존가치가 있는 최고의 예쁜 마을이었다.팍팍한 서울에서 친환경적 주거지에 살 수 있는 나는 참으로 복된 사람인 것 같다. 앞으로도 변함없이 148번지의 모습이 그대로 유지되길 바란다.

박혜순 | 추억의 삼거리 | pigment print, 50.6×61cm, 2018
박혜순 | 꿈꾸는 골목길 | pigment print, 50.6×61cm, 2018

박혜순

빨간색 간판에 슈퍼라는 글씨와 복덕방은 내가 살던 예전 모습 그대로다. 그래서 정감이 각별하며 동네의 중심지였던 삼거리 길에서는 나 인 듯 한 어린 철부지 소녀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가파른 계단을 끼고 지붕 위의 장독과 조그만 화분 있는 1층집과 2층집이 있는 곳은 오토바이 백미러에 비친 고층 아파트의 신 물결을 거부한 듯 옛 모습을 지키고 있다. 이 순간, 카메라와 나 그리고 저항할 수 없는 변화의 열기가 하나가 된다.

이신명 | 회색 속 초록 1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이신명 | 회색 속 초록 2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이신명

사람들은 차가운 회색 빛 담에 갇혀 사는 반면, 식물들은 그 곳을 탈출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언젠가는 저 식물이 진짜로 담을 넘어와 도망칠 것만 같다. 항상 예쁘고 눈에 즐거운 사진만을 담아왔던 나에게 우연히 초록빛 손 하나가 인사를 건네왔다. 이 사진을 찍은 날 이후로 나는 단순히 예쁜 사진을 넘어 소박하지만 이야기가 담긴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만의 느낌, 나만의 감정을 소중히하자.

 
고민정 | 숨바꼭질 | pigment print, 50.6×61cm, 2018
고민정 | 머무는 공간 | pigment print, 50.6×61cm, 2018

고민정

예전에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 보편적이었다. 내가 청소년이던 1990년대에는 갑자기 다세대 주택이 들어서는 변화가 있었지만 이제는 다세대 주택조차도 아파트, 고층 아파트에 밀려 사라져 간다. 변화와 발전이 좋다지만 성장기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그 삭막함과 기댈 곳 없는 마음의 쓸쓸함은 모두에게 아쉽고 애석한 감상을 갖게 한다. 또한 이웃과 공유하고 부딪치던 골목길 정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한 흔적을 찾아 담는 사진 작업은 나를 보듬고 치유하는 과정이 된다. 작은 생명과 초록에 대한 애착을 담은 화분들, 조그만 마당, 골목. 그 골목의 전봇대, 거기에 그려진 어설픈, 그러나 따뜻한 벽화 그림. 물론 현대와의 간극에서 느껴지는 이중적인 시대적인 추억은 그 세대를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박경희 | Old Future | pigment print, 50.6×61cm, 2018
박경희 | Reflection | pigment print, 50.6×61cm, 2018

박경희

오래된 낡은 골목길에서 언젠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에게海의 푸른빛을 보게 되었다.
잊고 지낸 그때의 바람과 햇살을, 이 계단을 보면서 오버랩 되는 건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없는 그 푸르름의 바다가 다시 나의 기억 속에서 깨어남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사진을 찍나 보다. 잊고 싶지 않고 오랫동안 그 순간에 머물고 싶어서. 여러 번 지나가도 같은 빛과 감동을 느낄 수 없음을 잘 알기에 순간의 포착, 시간을 사로잡는 순간의 언어인 사진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나의 마음이 한 장의 사진으로 따뜻함을 느끼듯 그곳의 햇살과 감미로움은 전해주진 못해도 추억의 이름으로 간직된 아름다운 한순간을 떠 올릴 수 있는 사진이면 좋겠다.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사진, 그런 사진을 찍고 싶다.

임영자 | 흔들리는 시간속에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임영자 | 흔들리는 시간속에 2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임영자

정확한 초점과 선명한 사진 속에서만 예술성을 찾을 수 있을까?
흔들린 사진은 명확치 않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는 신선하고 신비스러운 알지 못하는 어떤 힘을 느낄 수 있어 경건하기까지 하였다.
마치 한 폭의 환상적인 그림을 보는 듯한,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해방감, 가벼움 그리고 흔들리는 공간에서만 존재하는 편암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유효정 | 테트리스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유효정

지금 내가 사는 동네는 개발이 한창이다. 한 블럭의 옛 것은 사라졌고, 새로운 것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편리함과 깨끗함의 유혹은 강렬하다. 그와 반대로 추억과 기억은 은은하다. 친구를 떠올릴 수 있던 길과 그집들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세워지는 시멘트의 탑은 하늘을 가리고 추억을 묻어 버렸다.  그곳을 최대한 보존할 것인지, 사진으로 기억할 것인지, 실물을 축소한 미니어처로 기억을 도울 것인지,애초에 없던 것처럼 지울지는 인간의 의지에 달려있다.

 
정종림 | 공존의 아름다움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정종림 | 집으로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정종림

서울은 가장 빠른 시일 내에 번창한 도시 중 하나이다.

곳곳이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자고 일어나면 하나 둘씩 삶의 공간마저도 아파트 밀림 속으로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그러나 그 개발의 이면에 보면 아직까지 달동네가 남아 있는데 그곳이 바로 백사마을이다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골목, 긴 꼬리처럼 이어진 집들을 지나서 올라가노라면 오르막길에 숨 차 오를 끝자락, 마지막 집 언덕 위 담벽에서 불암산의 산등성이가 보인다. 저 멀리 보이는 건너편에는 개발된 아파트 숲이 보이는데 미묘하게도 낡아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듯한 집 지붕너머로 보이는 그 아파트 숲과 서로 멋진 대비를 이루며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과거와 현재의 아름다운 공존이랄까, 도저히 함께 할 수 없는 극명한 차이랄까. 서로 다른 지붕아래 뭐가 있는지, 진실은 다가가야 알 수 있겠지만 낡은 건물과 아름다운 아파트 숲은 아이러니 하게 완벽한 옛것과 현재의 새것이 조화를 이루는 미묘함이 엿보인다.

정천수 | 거기, 그곳-겨울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정천수 | 거기, 그곳-봄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정천수 | 거기, 그곳-여름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정천수

눈 내리는 겨울날의 “북서울 꿈의 숲” 정경이다.
꿈의 숲 사계를 카메라에 담아 보겠다고 작심을 하고, 겨울 작업을 위해 고민하며 기다리던 눈이내린다. 내려 주는 것 만으로도 반가운데 고맙게도 함박눈을 펑펑 쏟아낸다. 쏟아지는 눈송이를 좇아 연신 셔터를 누르다 눈길을 돌려보니 천지는 온통 새하얗게 백의로 갈아 입고 몽환적인 자태로 점잖은 위엄을 부리고 있다. “눈과 같이 온 이 넓고 힘세고 성스러운 나라”라고 한 김진섭 작가의 수필 “백설부”의 글귀를 떠오르게 하는 거스를 수 없는 힘이 느껴지는 정경이다.
들뜬 마음을 다잡고 다시 피사체를 향해 렌즈를 겨누었다. 펑펑 내리는 눈발을 이기며 홀로 걷고 있는 산책객, 외로워 보여서 더 겨울다운 정경이라고 생각했다. 역시 눈이 있어 겨울은 아름답다.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봄을 기다릴 수 있겠다. 그때는 벚꽃을 카메라에 담고 있을 것이다.

김경 | 내 마음속의 정원 | pigment print, 50.6×61cm, 2018
김경 | 맞이 하다 | pigment print, 50.6×61cm, 2018

김경

복잡한 서울의 아파트 숲 속에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숲을 가까이에 두고 산다는 것은 내 마음속에 커다란 정원을 품고 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온몸으로 비를 맞이하는 푸르른 나무들의 성장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봄이 한창인 어느 날 공원을 거닐며 만나게 된 고운 노란색의 꽃은 맑은 하늘과 너무도 잘 어우러져 보였다. 이런 봄처럼 또한 멋지게 이 가을의 단풍을 만들어 낼 공원의 모습이 기대된다.

한미라 | 보물찾기 | pigment print, 50.6×61cm, 2018

한미라

북서울 꿈의 숲의 아침 모습과 밤의 모습은 다르다. 아침은 환히 비추는 햇살 덕분에 정문의 칠폭지를 시작으로 이야기정원, 창녕위궁재사, 대숲길, 월영지, 탁트인 잔디밭, 상상톡톡미술관 그리고 아트센터의 모습이 각각의 특징을 드러내며 드넓게 펼쳐진다. 시선이 멈추는 곳을 찾아 그냥 셔터를 누르기만 하면 아름다운 숲의 모습을 찍을 수 있다. 반면, 밤에 보는 북서울 꿈의 숲은 깜깜한 어둠속으로 그 모든 풍경들이 꼭꼭 숨어 버린다. 시각적으로는 어둡고 잘 보이지 않는 밋밋한 풍경들도 사진으로 보면 빛의 마법이 환상의 세계로 나를 이끌고 들어간다. 낮에 보는 모습과는 다른 세계가 사진을 통해 펼쳐진다. 꿈의 숲이 갑자기 동화 속에 나오는 마법의 숲이 되는 순간이다. 나도 동심으로 돌아간 듯 유리 구두를 신고 신나게 춤을 추고 싶어진다.

김효열 | 조용히 드러나다 | pigment print, 50.6×61cm, 2018
김효열 | 품, 숲에 | pigment print, 50.6×61cm, 2018

김효열

볼 때마다 눈에 거슬리던 골프장 초록 구조물이 조용히 밤하늘에 자신을 드러냈다. 꿈결처럼 초록이 빛을 낸다. 나도 늘 꿈을 꾸고 있다고 아련하게 말 걸어온다. 묵묵히 존재하는 것이 꿈이었을지도. 꿈을 꾸는 밤에 드러나는, 살만하다는 진실이다

오주현 | 공간, 더불어 행복하게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오주현 | 시간, 삶은 우아하게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오주현

우리 사람들의 이름도, 모습도, 성별도 다르듯이 나무도 나무라는 명사만 같을 뿐 색도, 모습도, 크기도 다르다. 그래서 나무가 인간의 삶과 닮아 있다는 생각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나무 사진을 찍게 되었다.
흑백으로 찍은 나무 사진들의 묵직함이 좋다.
그리고 나무 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생명력을 여러 가지 형태로 보게 된다.
사진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기록하면서 동시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위한 것이라는 말처럼 나를 닮은, 겪어온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나무를 찍고 싶었다.
사람도 나무도 혼자보다는 더불어 공존할 때 그 존재의 의미가 더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살아있는 그 순간순간에 사진이라는 여행을 떠날 것이고 그 여행이 끝날 때쯤 나는 굳건하고 담담한 나무와 더불어 우아하고 행복해져 있기를 희망해 본다.

박동주 | 동행-풍경 | pigment print, 50.6×61cm, 2018

박동주

어미 새가 알을 품고 부화 시키는 과정과도 같이 알 속의 아기 새와 함께한 인고의 시간들은 의미 있는 아름다움이기도 하다.
바쁜 일상에서 이루어진 사진 작업은 오히려 심적으로 위로를 주었다.
사물과 풍광에 편안한 눈길을 멈추게 하여 고목의 연륜과 새싹의 생생함의 숨결을 함께 느끼고 흡수하며, 장면을 담으려 셔터를 누르는 그 집중의 순간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 준다.

김반장 | 빨간의자 | pigment print, 50.6×61cm, 2018
김반장 | 8km, 그곳| pigment print, 50.6×61cm, 2018

김반장

유난히 더웠던 2018년 여름. 그 여름의 끝에 찾아온 폭우는 북한산 물줄기를 타고 우이천으로 흘러왔다. 시원한 개울물에 발 담그고 땀을 식히던 이웃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겨진 빨간 의자. 초록과 보색 대비가 되어 카메라 렌즈를 강렬히 사로잡는다. 폭염과 폭우 속에서도 싱그럽게 남아 우리네 삶의 고단함을 씻어준 빨간 의자의 흔적.
사진 수업은 강렬한 느낌으로 다가왔고 카메라는 빨간 의자의 흔적처럼 일상의 피로를 덜어 주는 멋진 친구가 된다. 흔들리는 전봇대 반영과 같이 불안했던 내 마음도 차분히 안정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