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는 시각적으로 녹색을 바라볼 수 있고, 세로 프레임에서 벗어나 수평적 응시를 시사하며, 일정량 자연을 향해 도시와 단절되어 계절에 따른 청량한 공기 감을 통해 마음의 안정감뿐만 아니라 나만의 보물 창고와 같은 공간의 유희를 부여한다. ‘유희’라는 맥락이 단지 경제 성장과 도시화로 인하여 시민의 여가와 힐링에 따른 놀이라는 부분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고 현재 머무는 장소에 대한 가치 부여와 개인의 유희적 공간성을 가짐으로써, 지역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조금 더 강력하고 뚜렷하게 ‘무엇인가’를 내세워 그것을 계속 유지하고 활동의 지평을 넓히느냐에 대한 관심의 의미와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Exhibition Info

2018.11.13 -12.15
양주시청 감동갤러리
Opening 2018.11.13. 4pm

양주는 시각적으로 녹색을 바라볼 수 있고, 세로 프레임에서 벗어나 수평적 응시를 시사하며, 일정량 자연을 향해 도시와 단절되어 계절에 따른 청량한 공기 감을 통해 마음의 안정감뿐만 아니라 나만의 보물 창고와 같은 공간의 유희를 부여한다. ‘유희’라는 맥락이 단지 경제 성장과 도시화로 인하여 시민의 여가와 힐링에 따른 놀이라는 부분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고 있고 현재 머무는 장소에 대한 가치 부여와 개인의 유희적 공간성을 가짐으로써, 지역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조금 더 강력하고 뚜렷하게 ‘무엇인가’를 내세워 그것을 계속 유지하고 활동의 지평을 넓히느냐에 대한 관심의 의미와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특히 지역의 특성을 이해하는 것은 그 장소에 대한 경험과 그 장소에서 일정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인데, 이는 현재 나에게 돌발적으로 다가오는 것에 대한 현재ᐧ동시성을 이야기하고 지금, 여기, 찰나의 순간을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닌 직시함으로써 장소는 현실의 물질처럼 필연적으로 장소가 중요한 삶을 수반하는 곳이고, 개인의 역사와 가치가 드러나는 것이기에 중요한 지점이 된다.

‘양주의 유희’

시각 활동에 있어서 상상력의 시간은 특별히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만 장소화 하는 ‘유희공간’ Spielraum으로 읽힐 수 있다.  보다 양주를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시스템의 비율과 자연의 비율, 복합적인 것들이 어떻게 조합을 이루는지, 두루두루 보잘 것 없는 마을들이 나름대로 지역의 풍경을 대변하고, 개인의 이름이 들어간 빵집과 약국, 이발소, 식품점 등 소소하게 오래된 건물들이 주는 멀건한 것들의 복합적인 이미지가 생생한 묘사와 재현이 되어 실제적인 미와 지각을 요구하게 된다. 현대도시는 직선에 의지하여 유지되고 있는 것에 반해, 곡선이 드러나는 논과 밭의 길은 마을과 마을을 상호 연결해주며, 미로와 같이 앞이 보이지 않는 굽이진 길들은 시야확보가 어렵고 위험하지만 천천히 자세히 보게 만들어 보이지 않았던 새로운 공간들을 제시한다. 문화는 예술과 유희의 긴밀한 연관성이 내재되어 있기에, 그 공간은 추상적인 공간이 아닌 감정과 삶의 흔적들을 어떠한 형태로든 담고 있는 생활 터전의 장소이자 공간이 장소성에 따른 공간의 속성이 드러낸다. 비평가 리즈 웨스 Liz Wells는 ‘땅 Land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풍경 Landscape은 문화적 구성체다’라는 말을 했다. 풍경은 현재를 이야기하고 바라보는 행위가 사회적 관념에 의해 해석 된다는 점이다. 일정한 삶을 유지하는 일은 오래된 정착지에서 다른 환경으로부터 삶의 터전을 확장하는 일이 결코 쉽지는 않음을 내포하는 것이다. 

작품의 이미지들은 좀 더 자연적인 코드와 예술적 가치들이 장소로서의 머물던 공간을 유지하고 지켜내는 일 또한 어렵다는 것과 양주의 많은 곳이 재개발이 일어나는 시점에 놓인 지역적 안타까움과 보존에 대한 이해와 아름다운 풍경에 대한 이미지보다는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풍경에서 오는 바라봄을 표현한다. 이번 전시는 야주의 어울림과 분위기 등이 작품에서 표현된 형태들로 그 감정을 다른 감정으로 경험을 하게 되는 사유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은종

김상미 | 시선의 행복 | pigment print, 50.6×61cm, 2018

김상미

언제부턴가 허허벌판에 허수아비처럼 우뚝 서있는 아파트들이 깊은 인상을 주며 나의 시선을 끈다. 사각의 프레임 안에 길쭉한 네모가 여러 개. 그리고 또 네모 안에 촘촘히 모여 있는 수많은 네모의 창들. 그 모습은 치열하게 살아가면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모습 같기도 하다. 누구에게나 편안한 안식처로서의 내 집에 대한 욕망이 있고, 나 또한 그 꿈을 품고 오늘도 뷰 파인더로 시선을 옮긴다. 그 순간 나는 누구의 엄마이자 아내가 아닌 작가로 변신을 한다. 이른 새벽 나를 위해 투자한 시간은, 가족이란 울타리 때문에 두려움도 있지만 그만큼 더 값지게 다가오며 온몸으로 전율이 흘러 모든 근육을 일시에 깨운다. 내 생애 처음으로 새로운 경험인 오늘, 멋진 사진을 담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고 카메라를 든다

김윤영 | 상생(相生) | pigment print, 50.6×61cm, 2018
김윤영 | 아이러니心(Irony心) | pigment print, 50.6×61cm, 2018

김윤영

고목을 잘라놓 듯 서 있는 전신주는 무의식의 세계에 이성의 세계가 들어선 듯 전혀 아우러지지 않는 모습이다. 수백 년 동안 마을 사람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하며 지친 삶의 안식처가 되어준 고목은 문명이 주는 혜택의 유혹으로 발밑까지 터를 내어주기도 하고 생사의 기로에 놓이기도 하지만 당당히 늠름하고 의연한 자세로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푸르디푸른 잎은 포근함을, 굳건한 기둥은 강인한 힘을 주기에 사람들은 고목에게서 영혼을 위로 받고자 하며 함께 하기를 원한다. 빠르게 급변하는 시대에 상생하기를 바라는 그 자체가 모순일지 모르지만 지금껏 살아온 긴 세월이 허무하게 사라지지 않고 어떠한 형태로라도 공존의 공간에 남아 고목으로서의 가치를 영위하길 바래본다

김혜정 | 구름위의 집 | pigment print, 50.6×61cm, 2018
김혜정 | 도심속의 섬 | pigment print, 50.6×61cm, 2018
김혜정 | 축제 | pigment print, 50.6×61cm, 2018

김혜정

요즘 양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나리공원으로 사진촬영을 갔다. 분주하게 사진을 찍다보니 어느새 안쪽에 자리 잡은 종탑까지 이르렀다. 드넓게 펼쳐진 꽃밭 너머로 높게 솟은 공장 건물과 타워크레인이 꽃밭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도심 속에 떠있는 인공 섬처럼 이질감을 느끼게 한다. 조용한 농촌 모습을 갖고 있으면서도 빠르게 발전하는 양주시의 요즘 모습을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해서 사진으로 담고 있는데, 마침 종을 치려는 아이와 엄마의 모습이 뷰파인더 안으로 들어온다.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려는 엄마의 모습이 정겹게 다가온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나리공원은 북적임으로 피곤한 곳일 수도 있지만, 사진이 내 안의 소란스러움을 잠재우고 쉼을 주듯이, 삶에 지친 이들에게 휴식을 주고 아름다운 추억의 장소로 오래 기억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박광남 | 색을 찍다 | pigment print, 50.6×61cm, 2018

박광남

2018년은 두 번 다시 손에 들리지 않을 것 같던 카메라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단 듯이 내 손에 들려 낯설지 않게 뷰 파인더에 시선을 담고 있는 내 자신에 놀라는 시간이다. 오랜 시간 동안 사진을 하면서도 사람에 대한 접근 방식을 찾지 못하고, 그 여백에 쉽게 사람을 등장시키지도 못했다. 컬러사진이 주는 그 색깔의 화려함에 정작 사진이 전달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느낌을 잃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으로, 흑백사진의 현상과 인화에 미칠 듯이 몰입하고 집중하던 어느 순간 카메라를 손에서 놓아버린 나. 어쩌면 이제 컬러의 화려함이 아닌 컬러사진이 주고 있는 그대로의 시선으로, 세상의 모든 사물이 나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이야기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희망을 가지고 다시 천천히 이어가려 한다.

변은숙 | 변화의 흐름 | pigment print, 50.6×61cm, 2018
변은숙 | 내재된 욕망 | pigment print, 50.6×61cm, 2018
변은숙 | 꿈을 향한 걸음 | pigment print, 50.6×61cm, 2018

변은숙

어느 봄날 촬영을 하던 중, 하얀 망초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넓은 허허벌판을 만났다. 때마침 부는 바람에 한들한들 흔들리는 모습이 처연하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졌다. 꽃들을 배경으로 한켠에는 감동양주란 글귀가 쓰여 있는 커다란 간판이 세워져 있는데, 벌판 한가운데 있는 글귀가 무척 생경하게 느껴질 즈음, 한 마리 나비가 날아들 듯 어디선가 하얀 양산을 쓴 이가 꽃 가운데로 들어왔다. 현실의 모습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간판 뒤로 사라진다. 부질없는 망초 꽃만 가득한 현실을 뒤로 하고 사라진 곳에는 유토피아가 펼쳐져 있을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재빨리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는 서둘러 그 뒤를 따라 가 보니, 마구 파헤쳐져서 시뻘건 속살을 드러내며 신음하는 아파트 부지가 있을 뿐이다. 발전과 개발이란 이름의 이면에 숨겨진 두 얼굴의 실상을 본 듯하다

서동관 | 공장과 연기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서동관 | 쉼이 있는 공간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서동관

빠르게 발전해가고 있는 양주에서는 도시와 농촌의 모습이 공존하는 풍경을 쉽게 만날 수 있으며, 나 또한 이곳에서 15년을 사는 동안 변해가는 도시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적응해가고 있다. ‘양주의 유희’란 사진수업을 통해 양주시 안에 공존하고 있는 도시와 농촌 그리고 산업현장의 모습을 다시금 보게 되었다. 카메라를 매고 이웃동네를 돌아보니 논과 밭이 사라진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선 것이 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굴뚝에서 연기가 나오고, 수많은 공장들 사이로 하천이 흐른다. 예전에는 무심히 지나치던 곳들이 지금은 피사체 안으로 들어온다. 오랫동안 지켜온 삶의 현장인 공장 굴뚝을 향해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셔터를 누른다. 복잡한 공장들 사이로 흐르는 하천의 물, 뒤편으로 병풍처럼 둘러친 산들의 모습을 흑백 사진 한 장에 담아 기억하고 싶다.

서민경 | 봄날은 간다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서민경 | 바나나 우유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서민경

늘 바쁘게만 오가던 그곳을 사진 촬영을 하기 위해 찬찬히 둘러본다. 누가 봐도 분명 옛날 사진관 같은 분위기인데, 간판만은 사진 스튜디오다. 허름한 양장점 한편에는 아디다스, 나이키 등의 유명 메이커도 있다고 한다. 식당인데 수석도 판다. 달랑 두 테이블 있는 홀 안에는 먼지 뽀얀 수석들과 서예로 받으신 상장들이 즐비하다. 어릴 적 기억 속의 풍경과 닮아 있는 골목에는 강아지가 쫄래쫄래 돌아다니고, 삼삼오오 모인 어르신들이 수다 꽃을 피우신다. 그 길을 가로질러 한껏 멋을 낸 꽃 같은 여인이 또각또각 경쾌한 리듬의 기분 좋은 구두 소리에 맞춰 살랑살랑 지나간다. 그녀의 뒷모습이 즐겁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그 골목길을 시계처럼 또박또박 걷는다. 어쩜 그녀는 지금 자신의 봄날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진 | 또 하나의 세상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이미진 | 반가운 발견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이미진 | 새로움을 꿈꾸며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이미진

빨간 옷을 입은 분은 나의 시어머니, 옆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빈틈없이 멋진 분은 나의 시아버님이시다. 어머님·아버님이 아침부터 바쁘다. 며느리의 지시 요청에 옷을 챙겨 입고 버스 정류장으로 나오셨다. 아내의 부탁에 투덜투덜 대면서도 아이들을 이끌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는 남편이 고맙다. 항상 내가 지시를 받고 아버님·어머님을 모시고, 남편의 말을 들었다면, 이번에는 내가 진두지휘하고 모두 다 나의 지시대로 움직인다.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 누구의 며느리·아내·엄마가 아닌 오로지 나를 위한, 나만을 위한 세상으로 버스 정류장은 나에게 또 하나의 세상이 된다. 버스 정류장을 통해 나의 젊음과 꿈을 보았고 현재의 나를 본다. 지금과 같은 시간들이 쌓여 미래의 좀 더 나은 내가 되어 있으리라 믿어본다. 버스 정류장이 다른 이에게도 또 하나의 세상이 되길 바래본다.

이현주 | 준서야, 나무를 봐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이현주 | 기다림의 시간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이현주 | 잠긴 생각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이현주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비 소식이 있는지 하늘에 구름이 가득하다. 뜨거운 해를 피해 지금이다 싶어 아이와 함께 길을 나선다. 서로 공유하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너에게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으니, 내가 안도하게 되는 까닭이다. 벼농사가 한창인 논 옆에 자리를 잡고, 필름 없는 할아버지의 카메라를 들고 한동안 셔터를 누르다 나를 찾는다. 소리 없는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순간 너에게 큰 소리로 “준서야, 나무를 봐” 하니 그제야 옆을 본다. 마치 나무가 방금 눈앞에 나타난 것처럼 한참을 앉아서 바라보는 모습을 마음에 담는다. 자기만의 세상에서, 자신만의 시간의 흐름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어 세상을 밀어내며 살아가고 있지만, 렌즈 안에서의 너는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들과 나무와 교감하는 듯하다.

이혜수 | 자연이 주는 선물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이혜수 | 외할머니 댁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이혜수

어느새 우후죽순 생겨나는 아파트들. 여기저기 공사현장의 크레인 위험표지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커다란 장승처럼 우뚝 서있다.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을 벗어나 여유 있는 시선으로 다시 한 번 양주를 들여다본다. 찬찬히 걷다가 발길이 멈춰선 저 너머, 창고 건물과 마른 옥수수 대가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서 서로를 위로 삼아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마치도 오랜 시간 나를 기다린 듯 반긴다. 그 어느 날엔가는 분명 실하고 탐스러운 알맹이를 가득 품었을 옥수수 대였겠지만, 지금은 생명이 조금씩 꺼져가는 건조한 우리의 삶처럼 느껴진다. 한때의 풍요를 기억하는 옥수수 대는 내게 아름다운 풍경으로 다가오고, 나는 그 꾸밈없는 모습을 카메라 프레임에 담아본다.

임현진 | 내가 서 있는 곳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임현진 | 흔적 | pigment print, 50.6×61cm, 2018

임현진

허락된 삶. 내가 서 있는 곳. 이곳에서 나는 삶을 배운다. 편리함과 세련됨을 추구하며 더 높은 곳을 향하여 달려가는 세상 속에서 그 속도를 늦추고, 돌아보고, 쉬어도 가는 한 걸음을 바라본다. 자연을 닮은 한 걸음. 만들어진 대로 허락된 삶에 순응하며 건강하게 꽃 피우는 자연. 그 안에는 탐욕과 불순종이 없다. 부정과 거짓, 그리고 나만 바라보는 변질된 시각이 없다. 그래서 자연이다. 풍경은 사람을 만든다. 사람 또한 풍경을 만든다. 양주에서의 사진 작업이 내게 배움을 남기는 것은 이미 멈춘 풍경이 아닌, 진행 중인 풍경과의 대면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이 꼭 맞는 질서 안에서 자연스러움을 유지한 채 다양한 색과 형으로 조화를 이루듯, 인간이 만들어내는 변화하는 풍경 속에 따스한 정을 간직한 유용성이 발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걸으며 변화의 흔적을 사진에 담는다. 아름다운 변화, 그것을 꿈꾸며 말이다.

한진우 | 물댄 나무 | pigment print, 50.6×61cm, 2018
한진우 | 갈증 | pigment print, 50.6×61cm, 2018
한진우 | 켜켜이 쌓인 시간 | pigment print, 50.6×61cm, 2018

한진우

차를 타고 출퇴근한다. 십분 만에 빠르게 지나간 길을 한 두 시간 동안 여유롭게 걸으면서 사진기에 담다보니 풍경이 색다르게 보인다. 양주는 하나의 프레임 안에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지점이 많다. 아침 일찍 논밭을 일구는 어르신이 계시고, 길에는 서울로 출근하는 차가 즐비하다. 논길을 따라 걷다보면 무덤과 만나는데 그 뒤에는 아파트가 서있고, 백로가 아파트 앞 물웅덩이에서 목을 축인다. 사진을 찍기 위해 차를 타지 않고 걸으니 풍경 속에 나무가 들어온다. 이 나무는 가까이에 있는 물가의 힘을 받고 살아가고, 갓 물을 댄 논에는 모가 자란다. 해가 좋아서 반영이 잘 드러난다. 서로 의지하며 조화를 이룬다. 곧 만날 학생들이 생각난다. 자신의 삶에 대한 책임. 부모님과 선생님의 사랑으로 성장하는 아이들. 그 관계 속에서 부모님과 선생님도 함께 익어간다. 너와 내가 함께할 때 서로를 성장케 한다.

황나리 | 길위에서 보다 | pigment print, 50.6×61cm, 2018
황나리 | 새로운 시선 | pigment print, 50.6×61cm, 2018

황나리

존재하는 모든 것은 생성과 변화, 소멸의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 사람도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 모두 언젠가는 사라질 것을 알지만, 나는 아닐 것이란 헛된 희망을 품고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간다. ‘변치 않는 사랑’이란 꽃말을 지닌 천일홍 역시 시간에 자유롭지 못하다. 막연히 털이 많은 꽃으로만 알았는데, 석양의 빛을 온전히 머금은 천일홍의 자태는 찰라지만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신한다. 우리의 인생도 이와 비슷할 거란 생각이 든다. 같은 모습일지라도 시선에 따라 화려하게도 또는 초라하게도 보인다. 시선만 조금 바꾸면 늘 보던 풍경과 사람들이 새롭게 다가오고, 매일매일 내가 태어나서 처음 맞는 날이 될 것이다.